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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림2012/05/17 22:18

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매해 기획전을 하는 "SeMA청년 기획전"은 언제나 신선한 시각으로 가득하다. 올해는 "2012_열두 개의 방을 위한 열두 개의 이벤트"라는 주제로 전시를 꾸몄다. 각 한 방에 한 명의 작가를 배치해 그 공간을 온전히 한 작가가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인상적이었다. 한 공간을 자신의 색깔을 가장 잘 보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. 서울시립미술관의 배려 덕분인지 전시 전체적으로 참신하고 새로운 시선이 돋보였다.

오늘 먼저 소개할 작품은 김상돈 작가의 '불광동 토템-면접'이다. 다른 작가는 여러 작품들을 다채롭게 전시하기도 했지만, 김상돈 작가는 이 한 작품만 전시에 내놨다. 이것만으로도 아주 훌륭했다.

작품으로 추정되는 것은 아래의 의자들이다. 아마도 원시 시대의 제사장이 앉았을 것 같은 이 의자들을 보라. 하나의 토템 같다. 과거 인류는 이런 제사장과 그 뒤의 토템을 숭배했을 것이다. 의자는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인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. 그리고 그 뒤의 토템들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리 아름답거나 권위가 있어보이지는 않는다. 마치 안 좋은 길목에 어렵사리 신장개업한 음식점 앞의 화환마냥 초라하다.

이런 의자에 앉아 면접관들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? 면접 온 사람들이 앉을 법한 의자가 주욱 늘어서 있고(사진에 담진 못했다), 그 뒤론 빨간 조명을 받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떠 있다. "자신이 얼마짜리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?", "조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?", "신입사원의 마음가짐에 대해 말해보세요.", ... 등등 면접 시험에 나올 법한 질문들로 한 쪽 벽면이 가득차 있다.

면접관들은 물론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거쳐 저 위대한 플라스틱 의자로 올라갔을 것이다. 그 동안 많은 고통과 인내가 있었을 것이다. 그리고 그 고통과 인내의 결과로 우리가 신성하게 여기는 '토템'을 획득했을지도 모른다.

그리고 그들은 그 신성한 면접관 자리에 앉아 생생한 고기덩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. 자신도 잘 대답할지 자신이 없어지고 있는 그런 질문들을 말이다.

빨간 조명은 몸을 팔거나 고기를 팔 때 쓴다. 육질이 싱싱하게 보이게 하거나, 더 관능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어준다. 노동력을 팔기 위해 면접 시험장에 온 우리들은 마치 정육점 고기 같다.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만든 저 빨간 조명을 켜고, 신성하지만 싸구려 플라스틱에 불과한 토템에 앉은 면접관들에 의해 난도질 당하고, 무게가 재어진다.

"자신이 얼마짜리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?"

이것이 우리 시대의 기복 신앙이다.

Posted by 너불너불너부리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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